친구! 잘 지내지?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너와 함께 술 한잔 나누는 기회를 갖지 못했어. 퇴근길에 너를 만나 기울이는 소주 한잔은 일상에 지친 나에겐 휴식이고 힐링인데 그런 시간이 참 그립다. 20여년 가까이 와인을 취미 삼아 마셔온 나에게 왜 와인을 마시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맛도 잘 모르겠고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몰라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는 너의 말은 대부분 와인을 꺼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해.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지.

와인은 아주 복잡한 술이긴 하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기포가 있는 와인 (스파클링 와인), 당분을 거의 남기지 않아 드라이한 와인 (스틸 와인), 발효 과정에서 당분을 남겨 달콤한 와인 (디저트 와인), 그리고 발효 과정에 알코올을 섞어 달콤하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 (주정강화와인) 등이 있어. 만드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의 맛과 풍미가 당연히 상이하지.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포도 품종이 다르면 그 맛과 풍미는 다양해지고, 그 포도를 재배하는 지역의 서로 다른 토양과 기후는 와인의 풍미를 더욱 복잡미묘해지고 숙성과정에서 시간의 맛이 더해지기도 하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주관하는 와인 생산자의 ‘손맛’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엄마의 손맛’만큼이나 와인의 맛과 풍미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기도 해.

그런 복잡함이 와인이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했는데 그 “인식의 벽”을 한 발 넘어서니 와인의 복잡함은 오히려 나의 흥미를 유발하는 즐거움의 대상으로 바뀌었고 와인은 그런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돼 주었다.

와인에 흥미를 갖게 되니 새로운 와인을 만났을 때 그 와인은 어떤 맛일까? 어떤 풍미가 있을까? 어느 지역에서 어떤 품종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가족의 손맛이 담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고 새로운 와인을 열고 마시는 경험은 모르는 국가의 도시를 여행하며 알아가는 듯한 즐거움이야. 와인은 복잡미묘한 맛의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직업의 사람들과 만남의 기회를 열어 주는 열쇠이기도 해. 와인을 주제로 다양한 모임이 On/Off-line으로 활성화되어 있어서 이런 모임을 통해 나는 많은 인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와인을 Social-Networking Drink 라고 부르는 것 같다. 와인에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들어 있어 와인은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이기도 해.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는 잉글랜드와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의 이야기가 얽혀 있고, 교황의 와인으로 알려진 샤또뇌프 뒤 빠쁘에는 중세 교황의 권위가 결정적으로 하락한 상징으로 알려진 아비뇽의 유수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미국 와인이나 호주 와인 등을 ‘신대륙 와인’으로 부르는 배경에는 ‘지리상의 발견’이 이뤄졌던 대항해시대의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와인을 이야기가 있는 술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2018년 이태리 바롤로 와인 산지를 여행 중인 필자]
[2018년 이태리 바롤로 와인 산지를 여행 중인 필자]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너도 와인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세계를 즐길 수 있길 바래. 와인은 13도의 알코올로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라 다양한 맛과 풍미를 사람들과 함께 경험하고 나누며 대화를 즐기는 술로 인식될 거야. 조만간 너와 함께 소주가 아니라 와인 한잔 기울이고 싶다. 어떤 와인을 마시게 될지 모르지만 그 와인에는 너와의 시간이 담길 거고 그 와인을 볼 때마다 우리의 이야기가 떠오르게 될 거야! Cheers!!!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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