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변호사 항공법률 칼럼] 국제항공운송지연에 있어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

-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1다259510 판결을 중심으로 -

2023-12-20     오세철

우리가 보통 말하는 손해는 크게는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구분될 수 있다.

항공사의 귀책으로 운송지연이 발생한 경우 운송인은 피해자에게 지연에 대한 재산상 손해 외에도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최근에 흥미로운 판례(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1259510 판결)가 나와 소개해 볼까 한다.

이 판례에서 국제항공운송의 지연에 대해서는 적용되는 관련 조항인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이하 몬트리올 협약이라 한다) 19조는 항공운송지연에 있어 비록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예정하고 있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면서도 손해의 내용과 종류 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 협약 제17조에서 승객의 사망 외에는 신체의 부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등 다른 규정과의 체계적 해석, 위 규정들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정신적 손해 부분을 배제하기로 한 협상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19조의 손해는 재산상 손해를 의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손해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해당 몬트리올 협약이 우선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에 있어 준거법으로 한국법이 적용된다면 민법과 상법 등 국내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이하 몬트리올 협약이라 한다)의 당사국인 경우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24049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몬트리올 협약은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일부의 규칙에 대해서만 통일적인 해석·적용을 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규범으로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모든 사항을 규율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몬트리올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는 법정지인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므로, 국제항공운송계약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권리·의무는 몬트리올 협약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까지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판례는 준거법으로서 한국의 상법과 민법 등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의 체계적 해석상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몬트리올 협약이 이에 관한 규율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준거법에 따라서는 정신적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승객 등이 항공운송의 지연으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운송인을 상대로 보충적 준거법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국제사법에 따라 당사자들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을 검토하고 그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및 그 범위를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승객인 원고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들이라 한다)이 운송인인 피고를 상대로 항공운송의 지연으로 인해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몬트리올 협약 제19조가 다루지 않은 손해의 구체적 내용, 종류와 범위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손해배상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국제항공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의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하는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므로, 몬트리올 협약 제19조가 정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도 대한민국의 손해배상 법리를 적용하여 항공운송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요약하면, 국제항공운송의 지연이 발생한 경우 그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국제협약인 몬트리올 협약이 우선 적용되는데 동 협약은 정신적 손해를 예정하지 않으나 국제사법상 준거법으로 한국법이 적용된다면 한국의 상법과 민법 등 법령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며, 이 경우 해석상 정신적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된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취지이다.

 

오세철 변호사 약력

  •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사법학 부전공)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 대한항공 법무실(전)
  • 대한항공 구주중동지역본부 법무총괄(전)
  • 대한항공 고객서비스실 법무 총괄(전)
  • 대한상사중재원 국내 및 국제 중재인
  • 대법원 국선변호인
  • 서강대경영전문대학원기업법겸임교수(전)
  • InHouse Council Forum 이사(전)
  • 서울지방변호사회국제위원(현)
  • 대한변호사협회세무변호사회이사(현)
  • 법무법인 가원변호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