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방 공항의 위기, 메가시티로 탈출하라
5극 3특 시대 "전환의 시대, 생존과 번영의 길을 찾자"
강대훈 | 열린정책뉴스 대표이사 (전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 위원)
'유령 공항'의 대명사: 양양국제공항의 적자 규모는 연간 약 180억~210억 원 수준이다. 활주로 이용률(3.3%)이나 운항 편수(하루 평균 0.3편, 2023년 기준) 면에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다행히 2025년 9월 30일부터 파라타항공(구 플라이강원)이 양양~제주 노선을 매일 운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효율성 면에서는 최악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광주공항, 울산공항, 여수공항, 사천공항, 포항 경주국제공항, 군산공항, 원주공항 그리고 무안국제공항 등 지방 9 개 공항은 2014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11년 동안, 단 한차례도 당기순이익(흑자)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렇게 한국의 지방 공항들이 만년 적자인 이유는 단순한 경영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정치적 결함에 기인한다.
정치 논리의 경제성 압도 (Pork-barrel Politics): 공항 건설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에게 가장 매력적인 '치적 사업'이다. 대규모 토목 공사로 인한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와 '우리 지역에도 공항이 있다'는 상징성에 매몰되어, 실제 항공 수요나 운영 효율성은 뒷전이 된다.
비용 분담 구조의 부재: 건설비의 상당 부분이 국비로 지원되다 보니, 지자체는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지기 쉽다. 운영 손실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이 적은 구조가 방만한 유치를 부추긴다.
육상 교통망(KTX/SRT) 과의 경쟁력 상실: 국토 면적이 좁은 한국에서 고속열차 네트워크가 촘촘해짐에 따라, 공항 접근 시간과 수속 시간을 포함한 총 이동 시간에서 지방 공항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는다.
부실한 수요 예측: 인구 감소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장 모델에 기반한 낙관적 수요 예측을 반복하며 타당성 조사를 통과시키는 '수치 짜 맞추기'가 고질적인 문제이다.
글로벌 브랜딩과 마케팅 부제: 공항이라는 시설을 지어 놓았지만, 경쟁 공항에 대비해 차별성을 인지시키는 브랜딩, 기. 취항지조차 자신의 공항과 공항 도시를 알리는 글로벌 홍보가 없다.
5극 3특, 지역형 메가시티를 위한 공항의 역할
위와 같은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거나 특별법이 통과한 공항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TK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흑산공항, 제주 2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8곳이다. 또한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은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제안하는 지역형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공항은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엔진(Aerotropolis)이 되어야 한다.
① 초연결성 기반의 '비즈니스 허브' 역할
지역형 메가시티는 인근 도시들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것이다. 도시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고 지역 산업의 밀도를 높인다. 그 속에 공항은 이 메가시티와 세계를 잇는 관문(Gateway)이 되어야 한다.
기업 유치 유인: 해외 출장이 잦은 글로벌 기업이나 첨단 산업 인력이 메가시티 내에 정주할 수 있도록 공항이 그 허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항과 인근에 비즈니스 센터와 호텔, 쇼핑 및 유락시설을 복합 시켜야 한다.
② 항공 물류 중심의 '산업 생태계' 조성
여객 수요에만 목매는 시대는 지났다. 메가시티의 특화 산업(예: 반도체, 바이오, 신선식품)과 연계된 항공 물류 거점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Value-added Logistics: 단순 운송을 넘어 공항 배후 단지에서 가공, 조립, 패키징이 이루어지는 물류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③ 멀티모달(Multi-modal) 교통 체계의 구축
공항이 메가시티의 중심이 되려면 UAM(도심 항공교통), 고속철도, 공항 엑스프레스, 자율주행 버스 등이 집결하는 복합환승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
공항에 내린 승객이 메가시티 내 어느 지점이든 3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 연결성이 확보될 때 공항의 가치가 살아난다.
④ 지자체 책임 경영과 '선택과 집중'
모든 지자체가 공항을 가질 수는 없다. 5극 3특의 메가시티 단위로 공항을 통합 운영하면서 통합 도시가 재무적 분담을 지게 해야 한다. 운영의 효율성은 '책임 경영' 일 때 가능한다.
5극 3특의 시대- 정부 주관의 예비타당성 조사
지방 공항의 실패를 관성적으로 되풀이할 수 없다. 정부의 5극 3특 정책의 추진에 따라 통합특별시에 지방 공항을 비롯하여 대규모 SOC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시설을 '짓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해 지역 경제의 판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기재부 주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강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