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내에서 만난 새로운 파트너, AI- 동명대 글로벌관광학과 김희수 교수

2026-04-02     aviationnews

김희수/동명대 글로벌관광학과 교수

 

  민간 항공기 기내에서 승무원을 볼 수 없는 날이 올까? 이 질문은 상상의 영역을 넘어서 훨씬 더 현실적인 얘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AI에 관한 이야기다.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은 하루하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항공산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인적서비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항공산업에서도 향후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기대와 함께 교차하고 있다.

김희수 동명대 글로벌관광학과 교수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인간과 AI가 함께 협업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미 예약, 발권 등 항공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객실서비스 만큼은 AI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AI가 로봇과 결합한 피지컬 AI가 등장하면서 객실서비스 부분도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놓이게 되었다. 피지컬 AI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말로 예상처럼 피지컬 AI가 승무원들의 객실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이 고객 만족이나 안전, 보안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한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항공사 기내서비스 분야에서는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피지컬 AI가 승무원을 기계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승무원과 AI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보완을 하는 방향으로 항공기 기내서비스의 페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것은 승무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기내서비스가 단순히 피지컬 AI로 대체될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글로벌 항공사들의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중동의 맹주 카타르항공(Qatar Airways)AI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인간 승무원 ‘Sama’를 통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보완하고 있다. 고객은 더 이상 복잡한 메뉴를 찾아 정보를 탐색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하고 안내를 받는다. 서비스는 검색에서 대화로 전환되고 있다. 항공사는 지상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이 방식으로 바꾸고 있으며 기내서비스로 확대하여 인간 승무원의 업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의 저비용항공사 위즈에어(Wizz Air)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기내서비스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승객은 좌석에서 모바일로 주문과 결제를 수행하고, 시스템은 이를 통합적으로 처리한다. 비행기 안에서 배달앱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승무원들은 업무가 줄어들고 주문과 서비스의 역할을 AI와 분담하는 것이다. 기존의 사람 중심 서비스에서 시스템 중심 서비스로 전환된 것이다. 아울러 승무원은 서비스 전체의 흐름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일본항공(Japan Airlines)도 비슷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승무원의 주요 업무 중 한가지인 기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보고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승무원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승무원은 중요한 승객 응대와 안전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AI가 승무원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승무원의 업무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AI 때문에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서 항공사 기내 승무원은 제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AI 적용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고객의 경험이 검색에서 대화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객실서비스가 사람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객실 승무원의 역할이 업무의 수행자에서 운영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대한민국 항공사의 수준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국내 항공사들도 예외 없이 AI의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생성형 AI 기반 고객상담시스템을 도입했고, 버추얼 휴먼을 이용한 기내안전영상도 선보였다. 그러나 이 정도 시도는 아직 객실 서비스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하기는 힘들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도입할 것인가 보다는 AI를 활용하여 어떻게 구조 자체를 바꿀 것인가에 있다고 하겠다. 고객의 주문, 개인화 서비스, 승무원의 운영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운영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하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AI와 인간 승무원의 협업이 있어야 한다. AI가 단순한 비용절감의 대체품이 아니라 승무원의 시간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는 편의성은 높이지만, 고객만족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에는 여전히 인간 승무원과의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객은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인간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와 안정감을 형성한다. 항공기 기내에서 AI는 서비스의 속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고객경험의 완성은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미래의 승무원은 AI와 함께 일하며,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판단과 공감, 안전과 신뢰를 완성하는 운영자이자 조율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