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상해 없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여부

 

통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신적 손해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상법 항공운송편 제904조 및 국제운송 시 적용되는 몬트리올 협약(Montreal Convention) 제21조에는 여객의 사망 또는 신체의 상해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항공사가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내사고 중 사망이나 신체 상해의 경우 항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정신적 상해(Mental or emotional injury)인 위자료가 당연히 포함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신체상해를 동반하지 않는 순수한 정신적 상해(Mental injury unaccompanied by physical injury)에 대해서 살펴 보자. 1983. 5. 5. Eastern Airlines 의 항공기가 이륙 직후 엔진정지에 의하여 급강하 하였는데 그 후 엔진이 재가동되어 무사히 착륙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승객인 Floyd 는 신체적 상해는 없었지만 자신이 당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Eastern Airlines v. Floyd , 499U.S, 530(1991)]. 미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신체상해는 바르샤바협약(Warsaw Convention) 원문상 불어인 “lésion corporelle”로 규정되어 있는데 바르샤바협약이 채택될 당시에 동 협약의 기초자가 순수한 정신적 상해를 고려한 형적이 없는 점, 협약의 서명국 사이에서 순수한 정신적 상해를 포함한다는 공통적 인식이 없었다는 점, 운송인 보호의 차원에서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기초자의 의도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바르샤바 협약 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신체의 상해’에 순수한 정신적 상해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하였다. 참고로 몬트리올협약은 바르샤바협약 및 관련 문서를 현대화하고 통합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바르샤바협약상의 신체상해에 대한 논의는 몬트리올협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국내학자들 중에는 이러한 순수한 정신적 상해도 신체상해로서 배상해야 된다는 일부 견해가 있으나 몬트리올 협약의 모태가 된 바르샤바협약의 해석상으로는 순수한 정신적 상해를 신체상해에서 배제하는 입장이 우세하여 후자가 국제적으로 공통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신체상해를 동반한 정신적 상해(Mental injury accompanied by physical injury)의 경우는 다르다. 미 연방대법원은 위의 “Eastern Airlines v. Floyd , 499U.S, 530(1991)” 사건에서 신체상해에 수반된 정신적 상해에 대해 어떠한 견해도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미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은 Jack v. Trans World Airlines, Inc., 854 F. Supp. 654 (N.D. Cal. 1994) 사건에서 신체상해에 수반된 감정상 스트레스(emotional distress as damage caused by bodily injury)에 대해서 배상이 가능하다고 결정하였다. 따라서, 신체상해에 수반된 정신적 상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관련하여 모 항공사의 유럽출발 한국행 항공편에서 기내 화장실 문이 고장으로 안에서 열리지 않아 고객이 화장실 안에서 10여분 동안 갇히는 사건으로 고객이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신체상해를 수반하지 않은 순수한 정신적 손해이며, 해당 항공기 승무원들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항공사가 배상을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위와 같이 기내사고의 경우 신체적 상해가 동반되지 않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국내법 및 국제협약상 항공사의 배상책임이 부정되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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