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항공사 섬에에 최근 항공운항증명 취득
강대훈 | 열린정책뉴스 대표이사 (전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 위원)
최근 소형 항공사 ‘섬에어(Sum Air)’가 김포–사천 노선 운항을 위한 항공운항증명(AOC)을 취득하며 본격적인 비상 준비에 들어갔다. 이는 침체되어 있던 지역 항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업계 안팎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에어포항, 에어필립,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그리고 최근 하이에어까지, 수많은 소형 항공사들이 기대 속에 출범했지만 결국 경영난과 운항 중단이라는 동일한 결말을 맞이하며 ‘소형 항공의 잔혹사’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재도전이 아니라, 과거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직시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소형 항공, 왜 반복적으로 실패했는가
과거 소형 항공사의 실패는 단순한 자본 부족의 문제가 아니었다. 산업 구조 자체의 한계가 명확히 존재했다.
첫째, LCC와의 구조적으로 불리한 가격 경쟁이다.
50석 이하 소형 항공기는 좌석당 운영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자들은 저비용항공사(LCC)와 동일한 가격 경쟁을 시도했다.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만성 적자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둘째, 수요 예측의 오류와 접근성 문제다.
KTX와 SRT로 대표되는 고속철도망은 이미 국내 이동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절차의 불편함을 상쇄할 ‘도어 투 도어(Door-to-Door)’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치명적이었다.
셋째, 인력과 인프라의 취약성이다.
조종사, 정비사, 운항관리사 등 핵심 인력의 부족은 단순한 운영 리스크를 넘어 존속 자체를 위협했다. 실제로 일부 항공사는 특정 인력 이탈만으로 운항이 중단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반복된 실패 속에서 드러난 산업의 현실
현재 국내 소형 항공 시장은 사실상 재편의 기로에 서 있다.
섬에어는 2026년 AOC 취득을 통해 ‘소형 항공 2.0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파라타항공(구 하이에어)은 회생 절차 이후 재도약을 모색 중이다. 반면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에어포항, 에어필립 등은 이미 시장에서 퇴장하며 지역 항공 모델의 한계를 입증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기존 사업 모델 자체의 재설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섬에어가 가야 할 길, ‘역발상 전략’
섬에어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가격’이 아닌 ‘가치’ 중심 전략이다.
더 이상 LCC와의 가격 경쟁은 해답이 될 수 없다. 비즈니스 고객과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 즉 ‘High-End RAM(Regional Air Mobility)’ 전략이 필요하다. 공항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전용 라운지 및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간을 구매하는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섬 공항 기반의 독점 네트워크 구축이다.
울릉공항을 비롯해 향후 개항 예정인 흑산도, 백령도 공항은 대형 항공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는 소형 항공사에게 사실상 독점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육지 간 경쟁에서 벗어나 ‘섬–육지’, ‘섬–섬’을 연결하는 블루오션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지자체–민간–정부의 공동 운영 체계 구축이다.
항공사는 단순한 운송 사업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다. 지자체는 보조금 지원을 넘어 관광, 문화, 의료, 교육을 연계한 ‘도시 브랜드 패키지’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섬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생태와 삶의 재발견 공간’으로 브랜딩하고, 글로벌 마케팅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토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비전
대한민국에는 2024년 기준 약 3,390개의 섬이 존재하며, 이 중 약 480개가 유인섬이다. 이들 지역은 여전히 교통 접근성이 낮아 생활과 경제 활동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소형 항공은 이러한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는 ‘국토의 실핏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단순한 항공 운송을 넘어 이동권 보장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산업이다.
향후 전국을 ‘5극 3특 도시권’으로 묶고, 이를 1시간 내 이동 가능한 네트워크로 구축한다면 이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대한민국의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혁신적 모빌리티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소형’을 넘어 ‘대형 비전’으로
섬에어의 도전은 단순한 신규 항공사의 출범이 아니다. 이는 반복된 실패의 역사 위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는 시험대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
이제는 ‘소형 항공’이라는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연결하는 ‘대형 비전’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섬에어가 끊어진 하늘길을 다시 잇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항공 모빌리티의 전환점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