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공지능 판독기 도입
여름 휴가철 대기시간 확 줄어
보안검색 탐지율 95%로 올라

사진설명김포국제공항 국내선 보안검색장에서 보안검색요원들이 인공지능 엑스레이 탐색 시스템을 이용해 여행객의 소지품에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설명김포국제공항 국내선 보안검색장에서 보안검색요원들이 인공지능 엑스레이 탐색 시스템을 이용해 여행객의 소지품에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3층 보안검색장.

한 승객이 메고 온 검은색 가방이 엑스레이 판독기를 통과하자 보안검색요원 앞 4개 스크린에 가방 속 내용물의 형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위쪽 2개 스크린에 수직·수평으로 찍은 엑스레이 영상에 무언가 표적을 찾는 듯한 커서(Cursor)가 물건을 순식간에 훑고 지나갔다.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정시택 한국공항공사 기술연구부장은 "위쪽 2개 스크린은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엑스레이 판독 영상이고, 아래쪽 2개 스크린은 기존 엑스레이 영상"이라며 "인공지능 엑스레이에서 기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되면 물품명과 함께 알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 검색이 보안검색의 정확성을 높이고 승객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10월 김포공항에 시범 도입한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 시스템이 2년 만에 탐지율을 95%까지 끌어올리며 차세대 공항 보안용 엑스레이 검색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균 5초가량 이던 보안검색요원의 판독 시간은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 시스템 도입으로 평균 4초로 줄어들었다. 여름 성수기 하루에 7만명이 이용하는 김포공항의 혼잡도를 고려할 때 1인당 1초 단축은 대기시간 총량 감소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공사는 인공지능 판독 시스템이 탐지 시간을 20%가량 단축하자 오는 9월께 김해·제주·청주·광주 공항으로 시범 운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사는 보안검색요원의 육안 판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 엑스레이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다 스스로 물체의 패턴을 학습해 결과물을 내주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 시스템을 개발했다. 의료 분야 인공지능 전문기업인 딥노이드와 협업해 만든 이 시스템에 기내 반입 금지 물품 17종을 설정하고 지금까지 60만장 이상의 관련 물품을 학습시켜 탐지 기능을 향상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사가 딥노이드와 공동으로 취득한 특허만 7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 2월엔 항공기 안전에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는 총기류, 칼류, 탄약류, 전자충격기, 폭발물류 등 5종을 집중 탐지 목록으로 정해 탐지율을 더 높였다.

정 부장은 "최근 안보 위해 물품은 모양과 크기 등이 다양해 수많은 데이터에 의한 학습 강화가 이뤄져야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면서 "실제 승객의 소지 물품 데이터와 공항경찰대, 폭발물처리반(EOD) 등에서 제공하는 위해 물품 정보를 지속적으로 학습시켜 탐지율을 95%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가 2년에 걸쳐 10회 이상 업그레이드한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기는 올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수행한 시스템 성능평가에서 95%의 탐지율을 나타냈다. 정 부장은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이 김해·제주·청주·광주공항으로 확대되면 학습 데이터량이 더 많아져 정확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개발한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은 소프트웨어 형태여서 기존 엑스레인 판독 시스템과 호환이 가능하다. 특히 보안검색요원의 숙련도가 높을 수록 탐지율이 높은 이전 판독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시스템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은 보안검색요원이 탐지하고자 하는 물품을 인공지능 기술로 찾아내 보안검색요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보안검색요원의 업무 피로도를 줄이고 보안검색업무의 신속·정확성을 높혀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 신용도를 높이고, 여객의 대기시간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의 또 다른 매력은 확장성이다. 보안이 필요한 민간 기업이나 공공부문 등의 요구에 맞춘 커스트마이징이 가능하다. 올해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관련 시스템을 납품한 공사는 최근 대기업 납품을 위해 관련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의 2년내 목표는 물질정보(무기물·유기물·혼합물) 분석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해 국산화 시대를 여는 것이다. 윤 사장은 "항공보안용 엑스레이 검색장비의 경우 국내 인증 업체가 없어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핵심 기술을 가진 민간기업과 협업해 2년내 더욱 진일보한 인공지능 엑스레이 검색장비를 만들어 국산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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