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여 변경되기도 하고 때로는 법률의 변경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2023년에 변경되는 많은 법률 중 일상 생활에 영향이 있고 관심을 가질 만한 것 들 중 몇 개를 생각해 보면 연령계산에 있어 만(滿) 나이로 통일, 식품의 유통기한 제도 폐지, 우회전 신호등 설치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나이에 대해 살펴보면 기존에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만(滿) 나이와 연나이(흔히 한국나이)를 혼용해서 사용해왔고 개별 법률에서도 필요에 따라 나이에 대한 기준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었다.

법률적으로는 민법상 원래 만(滿) 나이가 원칙이다. 이번 개정에서는 만(滿) 나이가 공식적인 나이라는 것을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명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열중심 문화 등의 배경으로 인해 나이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만나면 항상 나이를 먼저 확인하여 은연중 누가 윗사람인지 가늠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제도가 변경되었지만 과거 초.중교육법에는 입학기준이 [만6세가 된 날의 다음날 이후의 최초 학년초]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1월, 2월에 출생한 사람들은 한해 전에 출생한 사람들과 함께 같은 학년으로 초등학교를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75년 1월, 2월에 출생한 사람들은 74년 3월 1일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과 같은 학년이 되는 것인데 흔히 말하는 한국 나이 기준으로는 한살 어린 결과가 된다. 통상 이런 경우 빠른 생일 예를 들면 빠른 75년생이라고 불리곤 했었다.

이에 따라 웃지 못할 에피소드나 갈등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특히 대학 진학과정에서 재수, 삼수 등을 하고 입학하는 경우와 맞물려서 나이와 호칭 서열 등이 복잡해지곤 했다.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겠으나 통상적으로 재수를 하고 들어온 경우는 학번을 중시하여 동기들과는 친구로 한 학번 위의 선배는 나이가 같더라도 형이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a씨는 75년 1월생이고 b씨는 74년 3월 생인데 b씨가 재수를 하고 입학한 경우 74년생인 b씨가 75년 생인 a씨를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암묵적인 조직 문화에 따라 아마 b씨는 a씨를 형이라고 하였을 것이나 서로 속으로 불편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1대1의 관계만해도 이렇게 만만하지 않지만 친구의 친구, 고등학교 선후배까지 얽히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담으로 필자가 대학교 1학년 때에는 미팅, 소개팅을 할 때 빠른 75년생들은 가급적 자신이 75년생이라는 것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빠른 75년 생인 친구 중에 미팅에서 75년 생이라고 하니 상대방이 자신이 누나라고 하며 애취급(?)을 해서 미팅에 실패했다는 경험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던 친구 들이 점차 나이를 먹으니 언제부터 인가 자신은 동기들보다 한살 더 젊다고 75년생임을 적극 내세우기 시작했다^^) .

위와 같은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반영하여 2007년 법이 개정되어서 지금은 같은 연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출생한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에 대한 이번 법률개정이 나이와 관련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통합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또한 이번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이후 다른 개별법까지 개정될지는 추후 지켜보아야 할 것인데 대표적으로 청소년보호법을 들 수 있다.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만 19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그해에 만 19세가 될 예정인 사람들까지 청소년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일부 연(年) 나이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위 단서 규정은 2001년에 신설된 것으로 그 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거나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은 사회통념상 성인으로 간주되어 활동함에도 법적으로는 청소년에 포함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이었다.   

필자도 대학교를 다닐 당시 학과 모임으로 술을 마시러 갔는데 신분증 검사를 엄격하게 하는 곳에서는 같이 간 일행 중 일부가 생일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이 거부되어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도까지는 식품위생법에 20세 미만은 유흥업소 출입을 금지하면서 유흥업소 고용금지 대상은 18세 미만으로 규정되어 있어 예를 들어 19세인 사람은 유흥업소에 들어가 술은 마실 수 없는데 유흥업소에 취업하여 술은 판매할 수 있는 사회통념상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소년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은 위와 같은 사회통념상의 이유 또는 일일이 생일을 따지기 곤란하고 대규모로 규율해야 하는 행정편의적 이유로 만나이가 아닌 연도 기준으로 나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가까운 예로 코로나 백신 접종 시 연도를 기준으로 나이를 구분해 접종대상을 나눈 것을 들 수 있겠다). 나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런 법 규정들도 변경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빈부귀천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한해 한해 한살씩 나이가 들어가므로 세월만큼 공평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하지만 나이의 기준을 법률에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1년차이로 심지어 하루 차이로 촉법소년기준, 정년퇴직, 입대시기 등 한 개인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는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겠으나 추후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어떻게 법률이 변경될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법무법인 민행 김경훈 변호사

저작권자 © 한국항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